한국 사형제 27년째 집행 중단, 존폐 논란의 3가지 핵심 쟁점 완벽 정리

한국 사형제 27년째 집행 중단, 존폐 논란의 3가지 핵심 쟁점 완벽 정리

흉악 범죄가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댓글들이 있습니다.

“저런 놈은 당장 사형시켜야 한다”, “세금이 아깝다”는 격앙된 반응들이죠.

최근 묻지마 범죄와 잔혹한 강력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한국 사형제에 대한 관심과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법적으로는 사형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집행하지 않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 사형제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왜 집행되지 않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과 대안까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명쾌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대한민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입니다

가장 먼저 팩트 체크부터 해볼까요? 많은 분이 헷갈려 하시는데,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엄연히 사형 제도가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형법 제41조는 형벌의 종류 중 가장 무거운 형벌로 ‘사형’을 명시하고 있죠.

하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다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Abolitionist in practice)’으로 분류합니다.

그 기준은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는지 여부인데,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약 27년 넘게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 말기에 흉악범 23명에 대한 사형이 전격적으로 집행되었고,

그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현재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형제의 시계는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사형 확정자는 약 59명(군인 포함)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 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걸까요? (현실적 이유)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사형 집행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쉽사리 집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복잡한 3가지 딜레마가 얽혀 있습니다.

사형제

① 외교 및 통상 마찰 우려

가장 큰 현실적인 장벽은 바로 유럽연합(EU)과의 관계입니다.

EU는 사형제 폐지를 가입 조건으로 내걸 정도로 강력한 사형 반대 입장을 고수합니다.

만약 한국 사형제가 부활하여 실제 집행이 이루어진다면,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심각한 통상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범죄자 처벌하려다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죠.

② 오심의 가능성과 생명권

“사람이 하는 재판에 100%는 없다”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 조작 간첩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처럼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뒤 나중에 무죄가 밝혀진 사례들이 있습니다.

한국 사형제 반대론자들은 사형은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오심이 있을 경우 국가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같다고 주장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인 ‘생명권’을 국가가 박탈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③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한 의문

사형을 집행하면 범죄가 줄어들까요? 이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통계적으로 사형 집행 유무와 강력 범죄 발생률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극형이 존재한다고 해서 사이코패스 범죄나 우발적 살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3. 전 세계 사형 집행의 대다수: 아시아와 중동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사형 집행 건수의 대부분은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합니다.

  • 중국 (China)
    • 현황: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로 추정됩니다. 매년 수천 건이 집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통계는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습니다.
    • 특징: 부패 공직자나 마약 사범 등 비폭력 범죄에도 사형이 선고됩니다.
      과거에는 총살형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이동식 사형 집행 차량’을 이용한 약물 주사형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 이란 (Iran)
    • 현황: 중국 다음으로 사형 집행이 많은 국가입니다. 종교법(샤리아)에 기반하여 엄격하게 집행하며,
      공개 처형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 특징: 살인, 성범죄뿐만 아니라 신성 모독, 반정부 시위 주동자 등에 대해서도 사형을 집행합니다.
  • 사우디아라비아 (Saudi Arabia)
    • 현황: 매년 높은 수의 사형 집행을 기록합니다.
    • 특징: 주로 참수형(목을 베는 형벌)을 집행하며, 테러 혐의자 등에 대해 하루에 수십 명을 집단으로 사형 집행하여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선진국 중 예외적인 경우: 미국과 일본

흔히 “선진국은 사형을 안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일본은 G7(주요 7개국) 국가 중 유일하게 사형제를 유지하고 실제로 집행하는 나라입니다.

  • 미국 (USA)
    • 현황: 주(State)마다 법이 다릅니다. 텍사스주 등 일부 주에서는 활발히 집행되지만,
      캘리포니아주 등은 집행을 유예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 차원의 집행은 정권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합니다.
    • 특징: 주로 약물 주사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최근 약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질소 가스 처형(앨라배마주)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인권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사형 선고 후 실제 집행까지 평균 2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사형제 현황
  • 일본 (Japan)
    • 현황: 여론의 80% 이상이 사형제를 지지하며, 매년 소수이지만 꾸준히 집행합니다.
    • 특징: 교수형(목을 매는 형벌)을 고수합니다. 일본 사형 집행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비밀주의’입니다.
      사형수 본인에게도 집행 당일 아침에야 통보하며, 가족이나 변호인에게는 집행 후에야 사실을 알립니다.
      이는 사형수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매일 아침 공포에 떨게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무관용 원칙’: 싱가포르

  • 싱가포르 (Singapore)
    • 현황: 매우 엄격한 법치 국가로 유명하며, 사형 집행도 단호합니다.
    • 특징: 특히 마약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합니다.
      일정량 이상의 마약을 밀매하다 적발되면 판사의 재량 없이 의무적으로 사형(Mandatory Death Penalty)을 선고하고 집행합니다. 외국인이라도 예외가 없어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곳: 북한

  • 북한 (North Korea)
    • 현황: 공개 처형이 빈번하게 보고되는 국가입니다.
    • 특징: 형법상 범죄뿐만 아니라 한국 영상물 유포, 미신 행위 등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는 행위에 대해서도 사형을 집행합니다.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미국 사형집행에 대한 기사를 보고싶다면? 여기를 클릭]

4. 헌법재판소의 판단: “합헌이지만…”

한국 사형제

한국 사형제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 위에도 여러 번 올랐습니다.

  • 1996년: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 2010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재미있는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헌(사형제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0년 당시에는 위헌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났지만,

5대 4라는 팽팽한 결과는 한국 사형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재 세 번째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심리가 진행 중인데, 이번에는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지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5. 최근의 변화: “집행 시설 점검하라”

오랫동안 멈춰있던 한국 사형제 논의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최근 법무부의 행보였습니다.

지난 2023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사형 집행 시설이 있는 구치소에 대해 “시설을 점검하고, 집행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것이 당장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한국 사형제가 단순히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집행될 수 있는 ‘엄중한 형벌’이라는 시그널을 범죄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유영철, 강호순 같은 연쇄살인범들을 사형 집행 시설이 갖춰진 서울구치소로 이감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6. 대안은 없을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사형제 찬반 여론

한국 사형제가 존속하되 집행은 하지 않는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자,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절대적 종신형)’입니다.

기존의 무기징역은 20년 이상 복역하고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하면 가석방 심사를 통해 사회로 나올 기회가 주어집니다.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죠. “저런 흉악범이 나중에 내 이웃으로 돌아온다니?”라는 공포입니다.

이에 법무부는 흉악 범죄자에 대해서는 영구히 사회와 격리하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형제를 폐지하지 않으면서도, 사형 집행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민의 법감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절충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또한 “희망 없는 형벌”이라며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글을 마치며: 정의와 현실 사이

지금까지 한국 사형제의 현주소와 쟁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피해자 유가족의 피눈물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반면, 국가가 생명을 빼앗는 행위의 정당성과 외교적 파장을 고려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한국 사형제가 ‘유명무실’한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범죄 억제력 측면에서도, 법의 권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새로운 결정이 임박한 지금, 사형제 존폐 혹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입과 같은 확실한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죄지은 자가 합당한 죗값을 치르고 선량한 시민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정의로운 사회일 것입니다.

한국 사형제가 과연 그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계속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윤석열 전대통령 1심선고에 대해 알고싶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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